[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버스커 버스커가 < 슈퍼스타K3 > 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만 해도 이 순수한 밴드가 우리네 가요계에 이 정도의 신드롬을 만들어낼 수 있을 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밴드는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그들의 음악은 절대 고음으로 듣는 이를 소름 돋게 하는 가창력이나, 누군가를 눈물 흘리게 만드는 절절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심사위원들조차 버스커 버스커의 단점으로 고음이 안 된다는 점을 지목했고, 음악이 반복적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버스커 버스커는 톱10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이 < 슈퍼스타K3 > 에서 버스커 버스커가 일으킨 변화는 그들이 첫 앨범을 발표하면서 가요계 전체에까지 퍼져나갔다.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는 계절에 그들의 '벚꽃엔딩'은 마치 공기처럼 우리의 귀와 온 몸에 스며들었다. 어딘지 순수하면서도 마음에 와닿는 가사와 그저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 감성을 자극하는 멜로디, 어쿠스틱한 사운드는 그간 가요계에서 잊고 있던 '진짜 음악'을 떠올리게 했다. 과거 송골매나 산울림을 통해 들었던 마치 비틀스적인 음악 자체의 매력을.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난무하면서 치달았던 가창력 대결에 피곤을 느낀 대중들은 이 음악 자체를 즐길 수 있고 빠져들 수 있으며 때론 쉴 수 있게 해주는 버스커 버스커를 통해 음악적인 휴식을 가질 수 있었다. K팝으로 시끄러운 한류 바람이 보여준 현란한 시각적 충격과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보여준 극한의 목청 대결에서 잠시 벗어나 '이것이 진짜 음악이야'라고 말하는 듯, 그들의 음악은 마치 오랜 겨울을 겪고 있는 가요계에 청춘(靑春)의 설렘을 더해주었다.

"존 레논이 노래를 잘 하나요?" < 승승장구 > 에 출연한 이승철은 가수의 가창력에 대해서 이렇게 반문한 적이 있다. 가수의 자질은 가창력으로만 판가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버스커 버스커는 가창력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개성 넘치는 음악이 얼마나 대중들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한바탕 봄날을 놀고는 잠시 활동 중단에 들어간 버스커 버스커. 그들은 가을이든 겨울이든 다시 돌아와 또 그 계절의 감성을 공기 속에 퍼트릴 것인가. 여전히 '벚꽃엔딩'을 들으면 그 벚꽃 날리던 2012년의 봄날을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사진=Mnet]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