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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7일 월요일

‘다섯손가락’ 이제 피아노 치실 건가요



사진: 방송 캡처


‘다섯손가락’, 일단 상은 다 차려졌다.

지난 26일 방송된 SBS ‘다섯손가락’에선 유만세(조민기 분)의 죽음으로 인해 부성악기의 회장으로 올라선 채영랑(채시라 분)의 이야기와 14년 뒤의 그림이 펼쳐지며 본격적인 성인 연기자들의 등장을 알렸지만, 자신이 저지른 살인죄를 무고한 홍수표(오대규 분)에게 뒤집어씌우는 채영랑의 악행과 같은 자극적인 소재의 나열 역시 여전했다.

방영 2회만에 시청률 1위 자리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배우들의 호연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났고, 빠른 전개는 긴박감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의 숨통을 조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섯손가락’뒤에 따라다니는 ‘막장’이라는 꼬리표는 회를 거듭할수록 당연한 꼬리표였다는 인식을 배가시켜줄 뿐, 도무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채시라, 주지훈 등 배우들은 ‘다섯손가락’을 입 모아 ‘음악가’들의 이야기라 했다. 출생의 비밀, 재벌가의 암투, 배다른 형제 등의 자극적인 소재들은 이 ‘음악가’ 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흥미롭게 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4회까지는 주객이 전도된 듯 음악가라는 감성적인 소재보단 자극적인 장치들이 더 활개를 치는 모양새였고, 그 ‘장치’는 살인과 누명이라는 극단적인 선까지 치닫았다.

하지만 이처럼 극단적인 장치들의 향연으로 인해 이야기의 틀은 모두 갖춰졌다. 불길 속에서 실수로 친아들 인하가 아닌 지호를 구한 영랑의 실수로 인해 인하는 지호를 향한 적개심을 키워나갈 수 있었고, 영랑 역시 지호가 자신의 아들 인하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는 미운털을 박을 수 있었다. 만세를 죽인 영랑은 회장의 자리에 올라서며 더욱더 막강한 힘을 키워나가게 되었으며, 반면 지호는 자신을 구해준 엄마와 가족을 향해 진심어린 사랑을 쌓아나가며 차츰 모든 것을 빼앗길 준비를 마쳤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대결이라 이름붙인 인하와 지호는 이제 ‘피아노’를 둔 숙명의 대결을 펼친다. 그리고 그 뒤에서 모종의 암투를 이어나가는 영랑의 검은 손은 드라마의 중심 줄기가 아닌 하나의 가지로 연결되어야 하며, 이제 ‘다섯손가락’은 지호의 천재성과 그 천재성을 따라잡기 위한 인하의 피나는 노력 등 ‘피아니스트’들의 이야기가 주된 흐름으로 자리잡아야 함이 마땅하다.

4회동안 가히 ‘채시라’ 드라마라 불릴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떨쳤던 채시라의 바통을 이어받을 주지훈과 지창욱은 과연 그간 이어졌던 자극적인 소재들을 차치할만한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짜고 시고 달기만 한 ‘강한’ 입맛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은 이들이 이어나갈 담백한 맛에 다시 길들여질 수 있을까.

하지만 불행히도 현재까지의 흐름을 본다면 이 음악가들의 이야기조차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처럼 강하고 센 입맛으로 요리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노력파는 천재를 이길 수 없다는 가정 하에 더욱더 잔인해진 인하는 지호의 모든 것을 비열한 방법으로 하나씩 뺏어나갈 것이고, 더욱더 강해진 권력을 등에 업은 영랑 역시 인하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며 지호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울 것이기 때문.

따라서 이들의 이야기는 애초 내세웠던 것처럼 ‘음악가’의 이야기보단 지금까지 그래왔듯 모종의 거래와 술수가 판치는 재벌가의 ‘암투’ 내지는 처절한 ‘복수극’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성인 연기자들의 등장을 알리며 본격적인 태를 갖춘 ‘다섯손가락’은 과연 어떤 길을 걸어나갈까. 자극적인 소재의 나열은 분명 욕하면서도 보게되는 시청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키며 흥행 면에서는 성공할 것이지만, 자극적인 소재의 나열만으로 극을 이끌어가기엔 분명 한계점이 나타날 것이다. 또한 애초부터 ‘음악가’들의 이야기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붙인 이들의 기획의도가 퇴색되지 않으려면 피아니스트라는 굵직한 줄기는 필수적으로 등장해야만 한다.

경쟁작 ‘메이퀸’과 치열한 접전을 펼치며 위태롭게 승기를 잡은 ‘다섯손가락’, 잔잔하고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격정적인 선율의 기로에 선 이들의 연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ource & Image : 한국일보 via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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