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결과는 무관이었다. 칸에 머무는 내내 자신만만했지만,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게 됐다.
제 65회 칸국제영화제가 28일(한국시간) 막을 내렸다. 황금종려상은 거장 미하엘 하네케 감독에게 돌아갔다. '아무르'는 80대 노부부의 사랑을 통해 안락사 문제를 화두로 던지며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임상수 감독은 호언장담을 했지만, 심사위원의 선택이 이변은 아니었다. '아무르'나 '비욘드 더 힐스'는 경쟁작 중 가장 높은 평점을 받으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반면 '돈의 맛'은 영화제 내내 관심의 대상에서 떨어져 있었다.

우선, 폐막 전 상영 자체가 '버린 카드'나 다름없다. 실제로 거장의 작품이 폐막 전일 상영된 경우는 없었다. 지난 10년간 수상 결과를 살펴봐도 마지막에 상영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는 '더 클래스'(2008년)가 유일했다.
'더 클래스'를 만든 로랑 캉테 감독도 유명감독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 그가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실험적인 형식 덕분이었다. 한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 권력의 모순을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풀어낸 점이 참신했다.
'돈의 맛'은 논쟁을 일으키지도 못했다. 칸은 영화를 보는 시각차를 즐긴다. 영화 '박쥐'의 경우 파격적인 소재와 잔인한 영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박찬욱 감독이 던진 원죄와 구원의 메시지를 두고 논쟁이 일어났고, 이는 수상으로 이어졌다.
메시지 어필에도 실패했다. 황금종려상을 탄 '아무르'의 경우 노부부의 사랑을 통해 안락사 문제를 제기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한국인과 외국인의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로 소통의 문제를 건드렸다. 이에 반해 '돈의 맛'은 메시지보다 영상미에 집중했다.
'스크린', '버라이어티' 등 해외 영화 유력지는 '돈의 맛'에 대해 "미장센은 있고 스토리는 없다", "옛 스캔들을 재구성해 스크립트를 만들었다", "섹스와 살인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에도 불구 별다른 맛이 안난다"며 메시지 부재를 지적했다.
임상수 감독이 전하는 돈의 모욕도 분명 지엽적이다. 그가 보여준 사례는 세계를 관통하고 있지 않다. 일례로 해외에서는 장자연 사건에 대해 공감을 느끼지 못한다. 상류층의 부패와 타락이라는 전 세계적인 소재를 국내 정서로만 푼 것이다.
오히려 자본권력의 문제는 브래드 피트 주연의 '킬링 뎀 소프트리'(앤드류 도미니크 감독)와 로버트 패틴슨이 출연한 '코스모폴리스'(데이비드 크로넨버그)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두 작품 모두 자본주의의 부조리를 영화적 은유법으로 풀어내 호평을 이끌었다.

임상수 감독이 2회 연속 칸영화제 본선에 오른건 분명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는 감독의 철학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칸에 대한 사심이 먼저 엿보였다. 편협함은 물론, 다급함까지 드러났다. 그래서 칸의 눈은 정확했고, 현실은 냉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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