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6시께 홍대의 한 카페에서 배우 조정석을 만났다. 밝은 표정과 달리 조정석은 계속된 인터뷰로 지친 기색이 엿보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마지막 인터뷰였다. 비슷한 질문과 대답에 지쳤을 조정석을 위해서 가볍고 사적인 질문을 주로 던졌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배우 조정석의 매력에 빠졌다면, 이번 인터뷰에서는 인간 조정석을 맘껏 탐닉하길.
▶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 은시경이란 인물을 연기했다. 종방을 맞은 소감이 어떤가.
"오늘 종방연을 할 예정인데, 그걸 해야만 끝난 게 실감 날 것 같다. 시원섭섭한 기분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촬영한다면 그렇게 하고 싶진 않다."
▶ 영화 '건축학개론'과 드라마 '더 킹 투하츠'를 통해서 그야말로 스타가 됐다. '눈떠보니 스타가 됐더라.'라는 말이 실감이 날 텐데, 부담스럽진 않나.
"사실 갑작스러운 관심이 두렵고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이런 부담을 어떻게 나의 인생과 접목시키는 지가 중요하다. 나는 배우이지 않나. 극에만 몰입해서 좋은 공연이나 드라마를 통해서 배우 조정석에 조금씩 더 집중하겠다."
▶ '건축학개론'에서는 이제훈과 수지의 첫사랑이 있었다. 조정석의 첫사랑은 언제 누구였나.
"이전에도 여자를 만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첫사랑은 대학교에 다닐 때 친구였던 것 같다. CC라고 해야 하나? 3년 동안 사귀었다. 그 여자 때문에 애달프기도 하고 펑펑 울어보기도 했다. '건축학개론'의 이제훈과 수지 같은 사랑은 아니었다. 풋풋한 사랑이 아니라 한 남자로서 여자를 열렬히 사랑했다. 정말 아프게 열병 같은 사랑을 했다."
▶ 어리석은 질문이겠지만, 그렇게 사랑했는데 왜 헤어졌나? 그 사랑이 남긴 것은?
"내가 어떤 잘못을 해서 그 친구가 헤어지자고 했다. 헤어진 이유를 말할 순 없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사소한 문제였다. 첫사랑은 나를 정말 많이 성숙하게 했다. 슬픔, 그리움 등으로 내 감정이 굉장히 풍부해지는 걸 느꼈다."
▶ '건축학개론'에서 납뜩이는 연애에 있어서 굉장한 이론가였다. 실제로는 사랑할 때 어떤 스타일인가. 주는 편인가 받는 편인가.
"여자 친구가 되면 다 퍼주고 잘해주는 스타일이다. 그렇다고 여자를 무조건 떠받드는 건 아니다. 연애할 땐 남자다운 성격이 강하고 보수적인 경향도 있다. 여자 친구가 뭘 먹고 싶은지,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하고 배려한다. 이를 테면 '밥 먹었어? 뭐 먹고 싶어? 그래, 가자.' 이렇게 하는 스타일이다.(웃음)"
▶ 연기를 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휴식을 취하나.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 곳이 친구의 카페이자 나의 아지트다. 강남 보다는 홍대를 자주 온다. 친구들 공연이나 다른 밴드 공연도 많아서 자주 보러온다."
▶ 최근 뜨고 있는 90년대 음악 클럽도 가끔 가봤나?
"당연히 가봤다. 몇 번 친구들과 가서 춤을 췄는데 이제는 많이 알려져서 못 추겠다. 얼마 전에는 클럽 대신 카페를 빌려서 90년대 음악을 틀고 친구들과 춤도 췄다."
▶ 소탈한 성격답게 멋진 레스토랑 보다는 편안한 분위기의 식당을 더 좋아할 것 같다.
"자주 가는 단골집은 대부분 거창한 술집이 아니다. 집이 방화동인데 조용한 곱창집이나 퓨전 선술집, 포장마차를 자주 간다. 요즘 많이 유행하는 와인바나 커피숍? 이런 데는 솔직히 잘 가지 않는다."
▶ 항간에 소주 마니아라는 소문도 있다. 주량은 어떻게 되나.
"1병반 정도로 잘 마시는 편은 아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마시는 걸 좋아하지만 어느 정도까지 마시면 바로 고개를 떨구고 잠을 잔다. 귀소본능이 강해서 집엔 잘 찾아간다. 한 때는 함께 공연하는 형들과 소주 4병 먹은 적도 있었다. 지금은 그렇게 못 마신다.(웃음)"
▶ 납뜩이를 떠올리면 학창시절 굉장한 개구쟁이였을 것 같다. 어떤 학창시절을 보냈나.
"어렸을 때 꿈은 태권도 선수였다. 4살 때부터 시작해서 태권도 3단이다. 너무 어렸을 때부터 하다보니 태권도가 지겨워져서 꿈을 포기했다. 중학교 때는 '엘리트'였다.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했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춤에 빠져서 공부를 열심히 하진 못했다."
▶ 학창시절 춤추는 오빠들은 인기 짱이었다. 아침에 등교하면 책상에 선물이 놓여져 있는 등 여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나.
"솔직히 인기는 많았던 것 같다. 버스에서 전화번호를 주거나 고백을 하는 그런 건 별로 없었다. 춤을 춰서 그런지 방화동에서는 좀 유명했다.(웃음) 방화동에 조정석 팬클럽이 있었다. 춤출 때 옆학교에서 보러오곤 했다."
▶ 생일이 크리스마스 하루 뒤인 12월 26일이더라.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을 것 같은데?
"어릴 땐 크리스마스 선물과 생일 선물을 한꺼번에 받는다는 게 좋았는데, 클수록 선물을 하나만 받으니까 속상할 때가 있었다. 가장 좋은 생일의 기억은 아주 어릴 때였다.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와 손을 잡고 가족끼리 돈까스를 먹으러 갔다가 셋이서 오붓하게 걸어오던 길이 정말 따뜻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 타임머신이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나?
"중 3 때로 돌아가서 공부를 해보고 싶다. 고등학교 때 공부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게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배우라는 직업에 만족은 하지만, 공부를 했다면 선택의 폭이 더 다양해질테고 그럼 또 다른 삶을 경험하다가 배우가 됐을 수 있을 것 같다."
▶ '더킹투하츠' 촬영을 모두 마쳤다. 일주일이 휴가로 주어진다면?
"그냥 자고싶다, 쉬고 싶다란 생각이 가득하다. 누적된 피로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일주일이 주어진다면 이틀정도는 집에서 안나올 것 같고 나머지 이틀은 영화를, 나머지 이틀은 여행을 가고 싶다. 그리고 하루는 한강에서 자전거를 탈 거다."
▶ 지금 당장 가장 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
"지금 당장이라도 뛰어나가서 고깔에 대고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치고 싶다. 유명해졌으니 각종 스캔들에 휘말릴 수도 있겠지만, 똑똑하게 행동하면서 오래도록 연기하고 싶다. 조정석이라는 이름이 믿음을 주는 배우로 통할 수 있도록"
사진=김현철 기자khc21@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
강경윤 기자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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