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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29일 화요일

김원준 “넝쿨째 굴러온 인기 허세는 없어요”

1992년 김원준(39)의 등장은 요샛말로 '비주얼 쇼크'였다. 흠잡을 데 없는 외모에 세련된 무대 매너를 가진 그는 신세대의 아이콘이었다. 치마와 배꼽티를 소화하는 파격적인 패션으로 유행을 선도했고 화장품, 의류에 이어 여성 속옷 모델까지 섭렵하며 스타일을 이끌던 트렌드세터였다. 브라운관과 스크린, 무대를 동시에 오가며 활동하는, 요즘은 흔해진 멀티테이너의 원조였던 그는 1993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국의 100대 스타'를 뽑는 설문에서 농구선수 허재에 이어 4위(당시 5위는 서태지와 아이들)를 차지했다. 변치 않을 것 같던 대중의 환호는 길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 잠시 활동을 중단한 사이 그는 이내 잊혀졌고, 10대 댄스뮤직이 아닌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들고 나왔지만 큰 반향은 얻지 못했다. 이후 싱어송라이터로, 뮤지컬 배우로, 연기자로 활동을 이어온 그는 최근 KBS2 주말 인기드라마 < 넝쿨째 굴러온 당신 > 에서 한때 인기 절정의 톱스타였던 윤빈을 연기하고 있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30만원짜리 옥탑방에 살며 끼니를 굶기도 일쑤인 윤빈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한물 간' 가수임에도 자존심과 허세만 남아 있는 인물이다. 윤빈의 히트곡이었다는 '크레이지'는 가수 김원준의 히트곡 '모두 잠든 후에'와 오버랩되고, 윤빈을 보면 절정기의 김원준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궁금했다. 그가 윤빈 역을 맡은 이유가.

- 제의받고 고민되지 않았나요?

"왜 고민을 안 했겠어요. 일정 부분 공감은 되지만 선뜻 응하긴 힘들었죠. 윤빈의 상황이나 캐릭터가 과장된 부분이 많은데 대중은 윤빈을 통해 가수 김원준의 모습을 투영해 보지 않을 수 없잖아요. 잔인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자신도 없었어요. 윤빈 정도는 아니더라도 저 역시 롤러코스터 같은 날들이 있었고…. 처음엔 거절했죠."

- 뭐가 결심의 요인이 됐죠?

"왜 저를 캐스팅하는 거냐고 제작진에게 물어봤어요. 시대를 풍미한 가수의 이야기를 담으려는 게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으셨대요. 한 달간 설득과 고민을 거듭했죠. 나를 통해 누군가에게 희망과 힘을 줄 수 있다면 해보자, 후회하더라도 해보고 후회하자 싶었어요."

- 그래도 연기하다 보면 떠오를 것 같아요. 과거의 그 화려했던 날들이.

"대중들의 반응과 환호에 얽매여 일희일비하던 시절이 있었죠.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던 날들도 있었고요. 그렇지만 그런 식의 향수가 삶에 득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진작 깨달았어요. 향수는 뭔가에 젖어 그리워한다는 건데, 그건 집착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거든요. 저에겐 그 화려했던 시절이 향수가 아니라 건조한, 무덤덤한 기록으로 남아 있어요. 그래서 어떤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심각해지지 않아요. 오히려 즐겁게 할 수 있게 되네요."

- 다행히 대중의 반응이 뜨거워요.

"아무래도 시청률이 높고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자들이 봐서 그런 것 같아요. < 우리 결혼했어요 > 에 출연할 때만 해도 거리를 휘젓고 다녀도 별로 행동에 제약이 없었는데 지금은 미취학 어린이들도 그렇게 저를 알아봐요. 극중 장군이가 '열심히 하면 이승기 같은 가수가 될 수 있을 거다'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어린 친구들은 저를 처음 보는 외계인쯤으로 보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 윤빈과 김원준의 비슷한 점, 차이점은 뭔가요.

"싱어송라이터이고 히트곡과 트로피가 있다는 점?(웃음) 윤빈이 허세라면 전 허당 쪽이죠. 폭력가수도 아니고요. 그리고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전 옥탑방에서 살지 않는다는 거예요. 만나는 할머니, 아주머니들마다 촬영하는 옥탑방이 제 집인 줄 아세요. 저더러 돈 좀 모아서 이사가라는 이야기도 하시고 어떤 할머니는 지금까지 돈 안 모으고 뭐했느냐고 나무라기도 하세요."

- 윤빈 입장에서 본다면 허세가 이해될 법도 한데요.

"사그라지는 인기, 외면하는 팬, 냉혹해진 현실이 와닿으면서 공허함과 '고독의 게이지'가 높아질 때의 그 심정이 왜 이해되지 않겠어요. 그렇지만 아직도 정신 못 차렸구나 싶어요. 실제 주위에 보면 비슷한 '마음가짐'으로 사는 사람들도 종종 보게 돼요. 그들을 통해 '윤빈이라면 이렇게 할 것 같다'는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요. 어쨌든 지금 사랑받고 관심받는 것에 감사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연연하지는 않아요."

- 득도하신 것 같네요.

"많은 것을 얻고 잃고, 또 웃고 울면서 삶의 굳은살 같은 게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사람이 근본적으로 변하기는 힘들겠지만 생각을 바꾸는 것은 좀 쉽죠. 생각을 바꾸면 습관을 바꿀 수 있고, 그건 운명을 바꿀 수 있거든요."

- 데뷔한 지 20년인데 변치 않는 동안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요?

"동안이 좋을 때도 있지만 이게 어느 순간이 되면 한방에 훅 가기 때문에 긴장이 많이 돼요(웃음). 무엇보다 건강하게 살고 젊게 생각하려는 습관이 중요한 것 같아요."

- 상상은 잘 안되지만, 어떤 모습으로 나이들고 싶나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 동시대를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누구에게도 열려 있는 모습으로 나이들고 싶어요. 얘기 통하는 기성세대?"

- 얘기 통하는 아버지 되는 건 관심 없고요?

"60대면 얘기 통하는 할아버지 아닌가요? 아, 지금 나이 생각하면 그때 할아버지 되긴 힘들겠네요. 제가 이렇다니까요(웃음)."

< 글 박경은 기자·사진 강윤중 기자 ki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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