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걸'이 펜트하우스에서 허무하게 죽어버린 결말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미리 알고 있었고, 죽는다는 설정에 대해 불만은 없어요.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치밀했느냐에 대해서는 '덜 만족' 스럽지만요. 내 옆의 모든 사람들이 떠난 상태에서 엄청나게 큰 자쿠지 안에서 총에 맞아 죽는 외로움, '성공으로 향하던 욕망의 허무한 증발'은 잘 표현된 것 같아요.
-패션 얘기인 줄 알았더니, 슬픈 사랑 드라마였다. 영걸의 외로움에 공감했나.
"이 일 자체가 워낙 여러 사람과 부대끼면서도 동시에 고립되니까 외롭다는 말 하는 자체가 겸연쩍고 불필요하게 느껴져요. 예전에 외로움에 심취해 있었고 몸서리 치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의 이런 상태가 되기 위해서 애를 썼어요. 이 드라마에 나를 투영시킨건 아니고, 오직 영걸이만 생각했어요.

"아주 주목할만한 대목이죠. 영걸이는 사랑이 뭔지 모르고 죽어요. 같은 자리를 맴돌다가 파국으로 치닫는. 성인 남녀들의 현실은 보통 이렇지 않나요? 이 지랄맞은 세상과 싸우며 같은 자리를 맴돌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퇴행해서 아기처럼 유치해지고"
-염세주의자처럼 보인다.
"저는 현실주의자예요. 그런데 현실이 '해피'하지만은 않다고 믿어요. 우리 드라마를 보고 해피한 결말을 얻고 싶어하던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일그러져 있고 열등감에 사로잡힌 영걸이의 욕망이라는 '날것'을 보여주고, 그 욕망이 얼마나 유치하고 허망한 것인지를 충분히 건드렸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대중들은 너무나 드라마가 만들어놓은 벽 속에 갇혀 있는 것 같아요. 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이질 못하고 비현실적인 인물들의 등장만 꿈꾸죠. 전 이 드라마를 통해 그 한계점을 무너뜨리고 싶었어요"

"힘이 잔뜩 들어간 연기는 제가 의도한거예요. 영걸이가 허세적인 사람이니까요. 그 얘기 듣고 '내가 잘 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전 영걸이의 허세가 귀여웠는데, 시청자들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안보고 싶어하는 부분가지 매력 있게 연기했어야 하는건데, 그걸 못한 아쉬움이 있어요"
-드라마에서 '유아인 머리' 를 크게 유행 시켰는데 왜 잘랐나.
"전 한가지 스타일을 세 달 이상 못해요. 순간순간 부정 속에 빠지는 스타일이지만, 나아가는데 있어서는 긍정적이예요. 나에게 엄청난 실수를 한 사람이 있어도 앞에 앉아 어떻게든 얘기를 긍정적으로 풀려고 해요. 드라마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을 다 쏟아넣었어요. 그래서 아쉬움이 더 커요. 작가는 이 세계의 '신'이고 '나는 당신의 종입니다' 가 배우의 운명이예요. 거기에서 배우가 갈증이 생기고 욕구가 생긴다면 다른 곳에서 풀어야죠. 어마어마한 창작욕이 있는 사람은 만족을 못하겠죠"
-결국 본인은 만족 못한다는 얘기 같은데?
"물론 연기는 계속 할거구요. 새로운 지점을 발견했으면 좋겠어요. 또 나아갈 지점을요. 나오면 보세요. 그게 뭐가됐든."
<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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