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주말 예능은 한 가지 프로그램만의 동력으로 힘을 쓰기가 어렵다. 저녁 5시부터 8시까지 무려 3시간 동안 온 가족을 TV앞에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라인업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SBS < 일요일이 좋다 > 의 < 정글의 법칙 > 과 < 런닝맨 > 은 환상의 라인업을 구성한다. 극한 야생의 정글로 우리를 데려가는 < 정글의 법칙 > 은 안온한 도시에서 즐거운 게임을 벌이는 < 런닝맨 > 과 극과 극의 느낌을 주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상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보통의 공간이라면 물을 건너는 행위가 그렇게 재미있게 보여질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를 느끼게 만드는 툰드라의 물로 몸을 던지는 장면은 한때 < 1박2일 > 이 한겨울에도 계곡이나 바다만 보면 입수하던 그 강한 자극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 앞에서 들어갈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박태환 선수를 능가할(?) 속도로 물을 건너는 리키의 모습은 강렬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또 먹을 것이 없어 야생쥐를 잡으려는 노력은 그 자체로 이 < 정글의 법칙 > 만이 가진 야생성을 드러낸다. 도시라면 쥐를 잡기 위해(그것도 잡아먹기 위해서) 그토록 노력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겠는가. 새알이라도 챙기려고 엄청나게 높은 나무 꼭대기까지 타고 올라간 김병만이 그러나 새둥지 안에 입을 벌리고 어미를 기다리는 새끼들을 본 후 그 예쁜 모습에 포기하고 내려오는 장면은 한 편의 우화 같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런데 만일 이렇게 강렬한 야생의 풍경을 보여주는 < 정글의 법칙 > 에 이어서 비슷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들어갔다면 아마도 시청자들은 피곤해졌을 게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극한의 야생을 간접체험한 후, 우리는 < 런닝맨 > 이라는 조금은 편안한 도심의 게임 속으로 안내된다. < 정글의 법칙 > 이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인다면, < 런닝맨 > 은 즐거움을 위해 온몸을 던진다. 극과 극의 대비지만 바로 그 대비 때문에 양자가 더 강화된 느낌을 갖게 된다.

MBC의 < 일밤 > 은 사실상 라인업이 없어서 경쟁에서 늘 뒤쳐졌던 게 사실이다. < 나는 가수다 > 가 한참 절정의 인기를 끌 때도 그 힘을 쌍끌이해줄 프로그램은 좀체 나타나지 않았다. < 신입사원 > , < 집드림 > , < 바람에 실려 > , < 룰루랄라 > , < 꿈엔들 > , < 남심여심 > 그리고 < 무한걸스 > 까지 그 어떤 프로그램도 < 나는 가수다 > 와 보조를 맞춰주질 못했다. 홀로 서 있는 < 나는 가수다 > 는 그래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자체적인 힘으로 서야하지만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주말 예능은 그 특성상 혼자만 잘해서 되는 게임이 아니다. 하나가 앞에서 끌어주면 다른 하나가 뒤에서 받쳐줘야 그 최강자가 되는 게임이다. 그런 점에서 < 정글의 법칙 > 과 < 런닝맨 > 은 그 극과 극의 조합으로 최강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다. 주말 저녁 정글과 도심을 오가는 이 두 예능 프로그램은 각각이 아니라 붙어있기 때문에 더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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